도가 사상으로 바라본 퇴사와 이직
- 억지로 하지 않음에서 나를 다시 세우다
1. 퇴사와 이직,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퇴사나 이직을 개인의 일로 여긴다. “그만둔다니 용기가 대단하네.”, “요즘 같은 시대에 회사를 나가도 되겠어?”, “도망치는 거 아냐?”와 같은 말들이 그 증거다. 하지만 그만둔다는 결정은 개인의 나약함이나 결단력 부족이 아니라, 사회 시스템과의 관계, 가치관과의 부조화, 삶의 방향에 대한 성찰에서 비롯된 일이다. 우리는 더 이상 ‘퇴사 = 실패’라는 오래된 도식을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
노자의 『도덕경』은 삶의 무게를 줄이고, 억지로 무엇인가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철학적 태도를 제시한다. 이 글은 도가의 무위(無爲)와 자연(自然), 불쟁(不爭) 사상을 통해 퇴사와 이직을 새롭게 바라보려는 시도다. 떠나는 것, 바꾸는 것, 새롭게 시작하는 것을 ‘실패’가 아닌 ‘흐름의 일부’로 보는 전환적 관점을 소개하고자 한다.
2. 도가란 무엇인가? - 억지로 하지 않음의 철학
노자의 도가 사상은 ‘무위자연(無爲自然)’ 네 글자로 요약된다. 무위는 ‘아무것도 하지 않음’이 아니라, ‘억지로 하지 않음’이다. 자연은 인위적이지 않고, 스스로 그러한 상태를 의미한다. 삶에 저항하지 않고, 흐름을 타며, 존재의 본질에 가까이 가는 것. 그것이 도가가 말하는 이상적인 삶의 자세다.
도가 철학은 우리에게 말한다. 억지로 버티지 말고, 억지로 성장하지 말고, 억지로 이기지 말라고. 이는 오늘날의 성과 중심 문화, 속도 중심 사회와 정반대의 가치다. 그러나 그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가끔 이 ‘억지의 힘’에서 내려와야 한다. 그리고 퇴사나 이직은 바로 그 ‘내려옴’의 실천적 사건일 수 있다.
3. 퇴사 결정의 순간 - 억지로 버티는 삶에서 내려오기
퇴사를 결심하는 순간은 갑작스럽게 오지 않는다. 반복되는 회의감, 몸이 보내는 피로 신호, 더 이상 의미를 느끼지 못하는 일상... 그것은 천천히 쌓이고 쌓여 ‘버티는’ 것이 더 이상 합리적이지 않다고 판단하게 만든다.
노자는 말한다. “과도한 것은 곧 무너지기 쉽다.” 너무 버틴다는 것은 결국 나를 상하게 한다. 무위는 그 힘을 빼는 철학이다. 퇴사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다’의 표현이 아니라, ‘이제는 내려놓아야 한다’는 결단이다. 도가적으로 보면 이는 패배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전환의 한 과정이다.
4. 불안의 본질 - ‘내려놓음’에 대한 사회적 압박
왜 우리는 퇴사나 이직을 두려워할까? 단지 생계 때문일까? 물론 경제적인 불안은 크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멈춤’에 대한 죄책감, ‘흐름에서 이탈한다는 불안’이 크다. 사회는 끊임없이 움직일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도는 흐르는 것이지, 뛰는 것이 아니다.
노자는 이렇게 말한다. “강하고 억센 것은 아래로 꺾이고, 부드럽고 약한 것이 위로 올라간다.” 우리가 내려놓을 수 있어야 오히려 진짜 중심을 찾을 수 있다. 퇴사는 단절이 아니라 숨 고르기이며, 이직은 도약이 아니라 전환이다. 억지로 버티는 것이 ‘강함’이 아니라, 자신의 흐름을 믿고 내려놓는 것이 진짜 용기다.
5. 이직은 목적지가 아니라 ‘흐름’의 연장선
우리는 종종 이직을 더 나은 조건, 더 높은 직책, 더 많은 보상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하지만 도가의 시선으로 보면 이직은 외적 이동이 아니라 내적 전환이다. ‘내가 지금 여기에서 더 이상 흐르지 못한다면’, ‘이 공간이 내 에너지의 흐름을 방해한다면’, 옮겨야 하는 것이다.
도가의 흐름은 선형적이지 않다. 수직 상승이 아니라 유연한 이동, 때론 멈춤, 때론 뒤로 돌아감, 때론 방향 전환이 모두 포함된다. 이직은 올라가기 위한 전략이 아니라, 흐름에 따른 자연스러운 조정이다. 그렇게 보면 이직은 더 이상 ‘성공’이나 ‘퇴보’로 판단할 일이 아니다. 단지 ‘이 자리에 더 이상 나답게 있지 못하겠다’는 직관을 따르는 것이다.
6. 도덕경이 전하는 일과 삶의 다섯 가지 통찰
1) 억지로 하지 않기
일은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다. 조직과 내가 맞지 않는다면, 조직을 바꾸거나, 내가 떠나야 한다. 억지는 결국 마찰을 만든다. 억지 없이, 자연스럽게 머무를 수 있는 장소가 진짜 일터다.
2) 과정을 받아들이기
이직 준비는 때로 막막하고 지루하다. 하지만 도가의 시간은 직선이 아니다. 씨앗이 싹트고, 물이 흐르고, 꽃이 피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준비의 시간은 무위의 시간이며, 진짜 변화는 그 안에서 일어난다.
3) 가장 낮은 곳으로 흐르기
수입이 줄거나 직급이 낮아질 수도 있다. 그러나 물은 언제나 가장 낮은 곳으로 흐르며, 그곳에서 가장 많은 생명을 살린다. 도가적 관점에서 후퇴는 없다. 단지 다른 방식의 ‘존재’가 있을 뿐이다.
4) 형태를 바꾸기
정규직에서 프리랜서로, 대기업에서 소기업으로, 회사원에서 1인 창업가로. 형태는 바뀔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본질이다. 도는 그릇을 가리지 않는다. 어떤 형태든 내가 나답게 존재할 수 있다면 그것이 도다.
5) 조화롭게 머무르기
어디서든 조화롭게 존재할 수 있는가? 조직과 나, 일과 나, 사회와 나 사이에서 조화를 이루며 머무는 것이 중요하다. 억지로 버티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섞일 수 있는 공간에서 우리는 성장한다.
7. 도가로 바라본 ‘일 잘하는 사람’의 기준은 다르다
현대 조직에서 ‘일 잘하는 사람’는 빠르게, 정확하게, 많이 해내는 사람을 뜻한다. 하지만 도가의 기준은 다르다. 조용히, 꾸준히, 균형 있게 해내는 사람이 진짜 ‘일 잘하는 사람’이다. 결과보다 흐름을, 속도보다 리듬을, 효율보다 안정감을 중시한다.
노자는 말한다. “크게 이루는 자는 티 나지 않게 한다.” 드러내지 않지만 중심을 잡고, 과시하지 않지만 신뢰를 쌓는 사람. 도가적 ‘일 잘하는 사람’는 존재의 무게로 평가받는다. 화려하진 않지만, 조직을 부드럽게 움직이는 사람. 그것이 도가의 시선이다.
8. 나의 전환기 경험 -도가를 읽으며 결심한 퇴사
몇 년 전 나는 한 직장에서 무기력과 소진의 연속을 경험하고 있었다. 성과는 있었지만, 기쁨은 없었다. 하루하루가 전투였고, 매 순간이 경쟁이었다. 그러던 중 도가를 읽게 되었다. ‘물처럼 살아라’는 말이 뇌리를 때렸다. 나는 물이 아니라 바위처럼 버티고 있었던 것이다.
그날 이후, 나는 ‘흐름’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억지로 하던 일들을 하나씩 내려놓고, 무언가를 성취해야 한다는 강박 대신, ‘나답게 살아갈 수 있는 방식’을 고민했다. 결국 나는 퇴사를 결심했고, 지금은 나의 속도로 글을 쓰고,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직 후의 삶은 단순히 다른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존재하는 법’을 익히는 과정이었다. 중심은 ‘성과’가 아니라 ‘내면의 만족’이 되었고, 흐름은 빠르지 않지만 오래 지속되었다.
9. 도가적 이직을 위한 실천법
- 퇴사 리스트보다 마음 점검표를 써라: 지금 이 자리에서 내가 어떤 감정을 반복하고 있는지, 왜 피로한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를 점검하라. 리스트보다 중요한 것은 마음의 균형이다.
- 이직 타이밍이 아니라 흐름을 보라: 언제가 적기인지보다, 지금이 어떤 흐름인지 보자. 억지로 밀어붙이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밀려오는 시점을 감지하라.
- 작게 시작하라: 거창한 계획은 도를 벗어난다. 작은 실험, 작은 이동, 작은 변화가 오히려 더 도가적이다.
- 억지로 하지 말되, 물러서지도 말라: 무위는 도피가 아니다. 하지 않아야 할 것을 하지 않되, 해야 할 것은 조용히 해내는 것. 그 균형을 잡는 것이 도의 길이다.
10. 온리나의 생각 더하기 - 방향은 없어도 길은 있다
도는 말한다. “큰길은 문이 없고, 소리 없이 멀리 간다.”
우리는 반드시 명확한 목표, 확실한 성공, 높은 위치를 가져야만 만족하는 존재가 아니다. 방향은 모호해도, 나다운 걸음으로 걷는다면 그 길은 곧 도가 된다.
퇴사도, 이직도 결국은 ‘흐름 속의 하나’다. 억지로 버티지 말고, 억지로 밀지 말고, 억지로 나를 누르지 말자. 흐름이 있다면 따라가고, 멈춤이 있다면 머무르고, 고요함이 있다면 잠시 그 안에 나를 맡기자.
노자는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흐름을 거스르고 있는가, 흐름을 타고 있는가?” 그 질문 앞에서 우리는 용기 있게 결단할 수 있다. 더 이상 남의 인생이 아니라, 나의 삶을 살아가기 위한 전환으로.
'동양철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덕경으로 읽는 SNS 피로의 본질 (0) | 2025.04.14 |
---|---|
미니멀리즘과 도가 철학의 만남 (0) | 2025.04.13 |
노자의 ‘소국과민’ 사상이 도시 탈출을 말하는 이유 (0) | 2025.04.13 |
일하지 않음의 미덕 - 무위의 현대적 가치 (1) | 2025.04.13 |
경쟁을 내려놓는 법 - 도덕경으로 찾은 해답 (0) | 2025.04.12 |
‘물처럼 살아라’는 말의 진짜 의미 (1) | 2025.04.12 |
노자의 무위자연으로 살아본 디지털 디톡스 7일 (0) | 2025.04.12 |
공자의 리더십 철학으로 본 팀장 역할 (1) | 2025.04.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