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차 >
- 순진무구한 인간
- 만물의 본성은 같음
- 운명론
- 생사를 초월함
순진무구한 인간
도가는 인간이 본래 태어날 때에는 순진무구하였으나, 성장함에 따라 재물, 지위, 명예, 권력 등의 다양한 욕망이 생겨나며 고통을 겪게 되었다고 설명합니다.
1) 노자는 인간도 만물과 마찬가지로 공허하고 무형한 존재로, 무위자연한 도(道)로부터 덕을 부여받아 생겨났기 때문에 인간의 본성, 즉 덕은 본래 순박하다고 보았습니다. 그는 『노자』 제55장에서 “덕이 두터운 자는 벌거벗은 갓난아이와 같다”고 하였으며, 제20장에서는 “나만이 홀로 담박하구나. 낌새조차 모르는 것이 마치 웃을 줄 모르는 갓난아이 같다”고 말하였습니다. 이는 갓난아이와 같이 자아의식과 분별의식이 없는 상태가 곧 순진무구함과 무지무욕함이라는 의미입니다.
2) 장자 역시 인간의 본성은 순진무구하다고 하였습니다. 그는 『제물론』에서 “사람의 삶은 원래 어리석은 것인가? 나만이 홀로 어리석고, 세상 사람들은 어리석지 않은 것일까?”라고 자문하였으며, 『응제왕』에서는 혼돈(混沌)에 대한 우화를 통해 자연적 본성을 인위적으로 변화시키면 결국 파멸에 이른다고 경고합니다. 그는 인간도 다른 생명체처럼 식욕, 성욕 등 본질적 욕구를 가진 존재이며, 현자와 범부, 원시인과 문명인, 아동과 성인 모두가 동일한 덕을 갖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마제편』에서는 “지극한 덕이 행해졌던 시대에는 짐승과 더불어 살았고, 만물과 함께 꾸림 없이 살았다”고 설명합니다.
장자는 인간을 자연 속의 미세한 존재로 간주합니다. 『산목』에서는 “인간의 존재는 자연으로부터 기인한 것이다”라고 하였으며, 『지북유』에서는 인간의 육체와 생명조차 천지자연의 소유물이라고 강조합니다. 인간은 천지에 비하면 큰 연못 속 개미집, 더 나아가서는 말의 몸에 붙은 털끝과도 같은 존재일 뿐이라고 합니다(『추수』).
또한 장자는 인간의 삶이 마치 말이 달리는 듯 빠르게 지나가며, 망아지가 틈을 통과하듯 찰나에 불과한 것이라고 하였습니다(『추수』, 『지북유』).
만물의 본성은 같음
1) 도가는 만물이 도로부터 생성되었으므로, 모든 존재는 하나이며 사람의 본성과 만물의 본성이 본질적으로 동일하다고 보았습니다. 노자는 도로부터 부여받은 덕이 사람의 본성이며, 그 덕은 본래 순박하다고 하였습니다.
2) 장자 역시 만물이 도로부터 덕을 부여받아 생겨난다고 보았습니다. 『천지편』에서는 “만물이 도로부터 덕을 부여받아 생성되는데, 이를 덕이라 한다”고 하였으며, 이 덕을 본성으로 간주하였습니다. 이후 『외편』과 『잡편』에서는 ‘성(性)’이라는 표현이 등장하는데, 덕과 성을 거의 동일한 의미로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장자는 도로부터 하나가 생기고, 그로부터 덕이 생기며, 덕으로부터 명(命), 명으로부터 형체, 형체로부터 정신, 정신으로부터 성(性)이 생겨난다고 설명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도, 덕, 명, 형체, 성은 동일한 연속선상에 있는 존재로, 모든 생명은 동일한 본성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장자는 『경상초』에서 “성은 생명의 근원”이라고 하였으며, 이는 인간이 생리적 욕구를 추구하며 살아가는 존재임을 뜻합니다. 그에 따르면 인간의 성은 짐승과 다르지 않으며, 성인과 범인의 본성 또한 다르지 않다고 하였습니다.
3) 왕필은 인간의 본성과 감정에 있어서 성인과 범인 사이에 본질적 차이가 없다고 보았습니다. 그는 『노자주』 제29장에서 “만물은 자연스러움을 본성으로 삼는다. 본성을 바꾸려 하면 실패한다”고 하였으며, “자연의 기에 맡겨 부드러운 조화를 이루고, 갓난아이처럼 바라는 바가 없게 하면 본성을 온전히 보존할 수 있다”고 강조하였습니다.
또한 그는 『논어의소』에서 “사람의 본성은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다”고 하였으며, 성은 도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선과 악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부여받은 기의 양과 질에 따라 개인차가 생긴다고 하였습니다.
그는 성인도 감정은 일반인과 동일하게 느끼나, 다만 신명(神明)을 지녔기에 사물에 끌리지 않고 자유롭게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삼국지 위서 종회전』에 따르면 “성인은 신명이 다르므로 무에 통하여 어울릴 수 있고, 다섯 감정은 같기 때문에 사물에 반응하되, 집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운명론
도가에서는 인간의 삶이 주어진 본성과 운명에 따라 정해진다고 보며, 이에 순응하여 살아가는 것이 지혜로운 태도라고 강조합니다.
1) 양주는 철저한 운명론을 주장합니다. 그는 인간이 노력한다고 해서 성취되는 것이 아니라, 성취 여부는 오직 운명에 달려 있다고 하였습니다. “살고 싶다고 살아지는 것도 아니고, 죽고 싶다고 죽는 것도 아니며, 현명해지고 싶다고 해서 현명해지는 것도 아니다”라고 하였습니다(『동상』). 모든 것이 운명에 따라 정해지므로, 인간은 운명에 순응하며 살아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는 “태어났으면 그대로 맡기고, 바라는 바를 추구하며 죽음을 기다리라”고 하였습니다(『양주』).
2) 열자는 노자의 인간관을 계승하여, 인간은 도로부터 태어나 음양의 기로 구성된 존재이므로 자신을 소유물로 여기는 것은 착각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는 “삶도 자신이 가진 것이 아니며, 하늘과 땅의 조화에 맡겨진 것”이라고 하였으며, 인간의 생사와 부귀빈천은 운명에 달려 있다고 보았습니다. 『역명』에서는 “삶과 죽음은 자신의 수명이고, 가난함은 시운의 결과”라고 하였습니다.
3) 장자는 운명을 하늘이 결정하는 것으로 보고, 인간은 이를 거스를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대종사』에서는 “죽음과 삶, 부귀와 빈천은 모두 사물의 변화이며 명의 작용으로, 그 유래는 인간의 지혜로 알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그는 명을 알고 마음을 비워 감정에 얽매이지 않는 것이 덕의 극치라 하였습니다. 『덕충부』에서는 “명에 편안히 따르는 것은 오직 덕이 있는 사람만이 가능하다”고 하였습니다.
그는 세속에서 말하는 즐거움과 괴로움의 기준을 부정하고, 참된 즐거움은 세속적 집착을 초월하는 데 있다고 하였습니다(『지락』). 『대종사』에서는 “변화에 순응하고 마음을 비우면 슬픔과 기쁨이 끼어들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생사를 초월함
도가에서는 만물이 도로부터 생겨나고 도로 돌아가므로, 인간의 죽음도 자연스러운 순환의 일부로 간주합니다.
1) 노자는 죽음을 무겁게 여기지 않습니다. 『노자』 제75장에서 “오직 삶을 위하여 억지로 하지 않는 자가 삶을 귀하게 여기는 자보다 지혜롭다”고 말합니다.
2) 열자는 생사에 대한 집착을 버릴 것을 강조합니다. 그는 백 년 넘은 해골을 보고, “삶도 없고 죽음도 없었던 때가 있었다”고 말하며, 죽음이 곧 또 다른 삶의 시작일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는 죽음을 귀향에 비유하며, 죽음이야말로 진정한 휴식처라고 하였습니다(『동상』).
3) 장자는 삶과 죽음이 하나라고 보았습니다. 그는 “기가 모이면 삶이 되고, 흩어지면 죽음이 된다”고 하였으며, 사계절의 순환처럼 자연의 이치에 따라 변화하는 현상일 뿐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는 꿈속에서 나비가 되어 유쾌했던 경험을 예로 들며, 장주가 나비의 꿈을 꾼 것인지, 나비가 장주의 꿈을 꾼 것인지 알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제물론』). 이는 삶과 죽음의 경계가 환상과 같으며, 죽음은 소멸이 아닌 또 다른 변화임을 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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