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불교의 경전
불교의 철학적 영역
불교의 경전
불교의 경전인 불경(佛經, 聖典, Sutra)은 부처(佛陀), 즉 깨달은 자(覺者)인 석가의 가르침(說法)과 그에 관련된 모든 기록을 총칭하는 명칭입니다. 이를 대장경(大藏經)이라고도 하며, 3장(三藏)이라 부르기도 합니다(藏은 모은다는 의미를 지닙니다).
석가는 동부 인도의 마가다 지역을 중심으로 가르침을 전파하였기에, 초기 불경은 해당 지역의 언어인 마가다어로 기록되었습니다. 그러나 불교가 인도의 여러 지역으로 확산되면서 각지의 방언으로도 경전이 전해지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서부 인도의 방언인 팔리어(Pali)로 기록된 문헌이 남아 있으며, 이는 스리랑카, 미얀마, 태국, 캄보디아 등 남방으로 전파된 형태입니다. 한편, 아어(雅語)라 불리는 표준어인 산스크리트어(Sanskrit)로 옮겨진 경전은 티베트를 거쳐 티베트어로 번역된 후 중국에 전래되어 한문으로 번역된 문헌이 남아 있습니다.
1. 경장
경장은 석가의 제자들이 석가의 가르침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으로, 남방에서는 남전불경(南傳佛經), 북방에서는 북전불경(北傳佛經)으로 전해졌습니다. 북전불경 중 한문으로 번역된 대표적인 경전으로는 『장아함경(長阿含經)』, 『중아함경(中阿含經)』, 『잡아함경(雜阿含經)』, 『증일아함경(增一阿含經)』 등 네 부(部)가 있습니다.
남방에서는 팔리어로 『장부경』(長部經), 『중부경』(中部經), 『상응부경』(相應部經), 『증지부경』(增支部經), 『소부경』(小部經) 등의 다섯 부(Nikāya)로 분류됩니다. 이 다섯 부 중 앞의 네 부는 북전불교의 네 아함경과 거의 내용이 일치합니다. 특히 『소부경』은 『법구경(法句經)』을 비롯하여 15종의 문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대승경전 중에서도 중요한 것으로는 『대반야경(大般若經, 般若經)』,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 法華經)』, 『십지경(十地經)』, 『무량수경(無量壽經)』, 『유마경(維摩經)』, 『능엄경(楞嚴經)』, 『금강경(金剛經)』, 『화엄경(華嚴經)』, 『열반경(涅槃經)』, 『승만경(勝鬘經)』, 『능가경(楞伽經)』, 『대일경(大日經)』, 『금강정경(金剛頂經)』, 『해심밀경(解深密經)』 등이 있습니다.
2. 율장
율장은 불교도들이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지켜야 할 규율과 계율을 정리한 기록입니다. 석가는 제자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잘못된 행동을 목격할 때마다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며 그 이유를 설명하였고, 이러한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규율이 체계화되었습니다. 율장의 형성은 부파불교 시대 이후 교단이 조직화되고, 규범을 유지하고자 했던 노력의 결과입니다.
율장은 북전불교의 율장과 남전불교의 율장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북전불교에서는 다섯 종류의 율장(戒律)이 전해지며, 소승부와 법장부의 율장인 『사분율(四分律)』, 화자부의 『오분율(五分律)』, 대중부의 『마하승기율(摩訶僧祇律)』, 유부의 『십송율(十誦律)』과 『근본율(根本律)』, 그리고 『유부비나야(有部毘奈耶)』 등이 있습니다. 남전불교에서는 팔리율(Tipitaka Vinaya)이 전해집니다.
3. 논장
논장은 경장의 해석과 주석을 통해 교리와 학설을 체계화한 문헌입니다. 초기 논서로는 기원전 1세기경 마가다언어로 기록된 『발지론(發智論)』이 있으며, 이후 제유부(制有部) 계통의 『이부종론(異部宗輪論)』이 등장하였습니다.
특히 『발지론』을 기초로 하여 500여 권에 달하는 『대비바사론(大毘婆沙論)』이 편찬되었고, 이와 함께 『시타반다론(尸多槃度論)』, 『비바사론(毘婆沙論)』, 『아비담심론(阿毘曇心論)』, 『잡아비담심론(雜阿毘曇心論)』, 『경량부(經量部)』 하리발마(訶梨跋摩)의 『성실론(成實論)』 등이 있습니다.
이후 급달왕조 시기(4~5세기)에 『아비달마구사론(阿毘達磨倶舍論)』과 『구사론(倶舎論)』이 편찬되었습니다. 대승불교에서는 『중론(中論)』, 『십이문론(十二門論)』, 『대지도론(大智度論)』 등이 나왔고, 제바(提婆)의 『백론(百論)』, 미륵의 『유가사지론(瑜伽師地論)』, 무착의 『성대승론(成唯識論)』, 세친의 『삼십유식론(三十唯識論)』, 진나의 『집일론(集異門論)』, 대무명(大無明)의 『대승기신론(大乘起信論)』 등이 이어졌습니다.
중국에서는 주홍(竺洪)의 『조론(肇論)』, 송유(宋喩)의 『홍명집(弘明集)』, 지의(智顗)의 『법화현의(法華玄義)』와 『마하지관(摩訶止觀)』, 규기(窺基)의 『대승현의(大乘玄義)』, 법장의 『화엄오교장(華嚴五敎章)』, 『화엄금사자장(華嚴金師子章)』, 종밀(宗密)의 『선원제전집도서(禪源諸詮集都序)』, 혜능의 『단경(壇經)』 등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원효의 『법화경종요(法華經宗要)』, 『금강삼매경론(金剛三昧經論)』, 『대승기신론소(大乘起信論疏)』, 의천의 『대각국사문집(大覺國師文集)』, 지눌의 『진심직설(眞心直說)』과 『원돈성불론(圓頓成佛論)』, 그리고 휴정의 『선가귀감(禪家龜鑑)』 등이 대표적입니다.
불교의 철학적 영역
1. 철학에서 종교로 발전
석가는 "자신을 등불 삼고, 법을 등불 삼아 살아가라(自燈明·法燈明)"고 가르쳤으며, 체행무상(諸行無常)과 제법무아(諸法無我) 등을 설파하여 영혼의 존재를 부정하였습니다. 당대 인도의 철학자들 다수는 인간의 고통을 해결하고자 철학적 탐구를 이어갔으나, 석가 또한 이러한 철학적 전통을 계승하여 생사의 고통(생사고, 生死苦)을 극복하려 하였습니다. 그러나 석가 사후, 그의 제자들은 석가를 신격화하여 불교를 하나의 종교로 정립해 나갔습니다.
당시 인도에서는 종교성과 철학성이 별개로 분리되지 않았고, 불교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종교적 색채를 강하게 띠게 되었습니다. 『전습기문(傳習記問)』 등의 기록에 따르면, 불교를 순수 철학으로 이해하는 사람도 있었던 반면, 철학적 요소보다 종교적 체계로 보는 관점도 병존하였습니다.
불교는 석가 생존 이후 점차 종교적 체계를 갖추어 가면서도, 다양한 교설과 사상이 등장하여 풍성한 철학적 논의가 이루어졌습니다. 이들 사상 중 철학적으로 중요한 유파로는 인도 부파불교 중 유부(有部)의 철학, 대승불교의 중관학파, 유가행파 등이 있으며, 중국에서는 대승불교의 천태종, 삼론종, 화엄종, 선종 등으로 전개되었습니다.
2. 불교철학의 영역
불교의 교설을 구조적으로 살펴보면, 대체로 우주론, 인간론, 인식론, 수행론, 윤리론의 다섯 영역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석가의 가르침은 이들 영역이 상호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 명확히 구분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석가의 교설은 연기설(緣起說) 및 12연기설(十二緣起說), 3법인설(三法印說), 5온설(五蘊說), 12처설(十二處說), 18계설(十八界說), 4성제설(四聖諦說), 8정도설(八正道說), 업설(業說), 윤회전생설(輪廻轉生說) 등으로 나타나며, 이들의 내용은 서로 긴밀하게 얽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연기설과 3법인설은 체행무상과 제법무아를 논하는 우주론적 사유에 해당하며, 12연기설, 5온설, 4성제설, 일체개고설 등은 인간 존재와 관련된 인간론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또한, 5온설, 12처설, 18계설은 인식론적 차원에서, 4성제설, 8정도설, 열반설 등은 수행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더불어, 12연기설, 18계설, 윤회전생설, 업설 등은 윤리론적 측면과도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석가의 교설은 초기 유파불교의 다양한 분파 간 사상적 논쟁 속에서도 그 기본 체계를 유지하였으며, 이를 부정하거나 보완하려는 다양한 시도들이 이루어졌습니다. 특히 유교와 도교와는 달리, 불교는 철학 체계를 비교적 일찍 구축하였으며, 공자의 사후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주자학 등으로 체계화된 유교와도 구별됩니다.
석가는 당시 인도의 뛰어난 철학적·종교적 환경 속에서 성장하였으며, 35세에 깨달음을 얻은 후 80세로 입멸할 때까지 약 45년간 가르침을 전하며 체계적인 교설을 완성하였습니다. 이로써 석가의 교설은 불교철학의 근간이 되었고, 이후 전개된 불교의 다양한 철학적 논의는 석가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하여 발전하였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불교철학은 석가의 교설을 충실히 계승하면서도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다양하게 변주되어 온 철학적 전통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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